Elac FS127


에지는 독일을 대표하는 스피커 전문회사로 자리를 잡았지만,엘락과 필자의 인연은 그리 두터운 편이 아니다. 이번에 시청한 FS127만 하더라도,본지 2005년 6월호에 북셀프 모델인 BS204.2에 대한 시청 리포트를 기고한 이후,필자로서는 4년만에 처음으로 접하는 엘락의 플로어형 스피커이다. 이처럼 오랜만에 다시 대하는 브랜드인 만큼,필자 또한 서먹한 느낌부터 들지만,여기서 잠시 과거를 돌이켜 보면, 엘락의 BS204.2는 필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소형 스피커였다.

이것은 '에어 모션 변환기'라고도 부르는 '하일 드라이버' JETIII을 채용한 2웨이 2유닛 구동 방식의 초소형 북셀프 스피커인 BS204.2에 대한 시청 리포트만 잠시 되짚어 보아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이 스피커에서 눈여겨볼 점은 어떤 상황에서도 정연함.명쾌함.일체감을 잃지 않는 뛰어난 균형감이다. 하일 드라이버가 맡고 있는 고음역에서는 밝고 자연스러운 음향이 사뿐하게 살아나고 있으며,알루미늄 우퍼를 채용한 저음역에서는 육중함이나 광할함을 만족스럽게 드러내지는 못하지만 명료함과 자연스러움이 적절히 용해된 못브이 떠오르고 있다."

그로부터 3년이 흐른 현재는 어떠한가?엘락 사운드가 추구해 온 음향 스타일은 플로어형 모델인 FS127로 오면서 한층 진일보했다는 생각이 든다. 높이가 95Cm,폭이 23.5Cm깊이가 33Cm인 인클로저의 규모만 놓고 보면,톨보이형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플로어형 모델인 FS127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것은 보이스 코일과 진동판을 일체화하고 알루미늄.마그네슘 합금을 사용한 트위터를 중심으로 하여,14Cm(5.5인치)구경의 우퍼 2개를 상항에 장착한 가상 동축형 유닛배치이다.

전면 폭이23.5Cm,그리고 가상 동축형 유닛 배치라!바로 이지점에 FS127이 추구하는 음향 스타일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수 있다. 더블우퍼 시스템으로 편성이 큰 음악까지도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는 스케일과 다이내믹 레인지 등을 확보하고,그와 동시에 전면 폭이 좁은 배플을 채용함으로써 유닛 자체의 음향으로 정확한 음향 이미지를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이러한 설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FS127이 추구하는 음향 목표는 세쿼이아(DAW).벤치마크 DAC1 USB.AVM에볼루션 A3NG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등으로 구성된 시스템에서 분명하게 확인할수 있었다.
이번 시청에서 FS127은 프롤어형 스피커가 연출하는 적절한 규모의 음향 무대속에,투명함과 깔끔함이 조화를 이룬 세련미 넘치는 음향을 깔끔한 이미지로 용해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던 것이다. 율리아 피셔가 독주를 맡은 바흐의 바이올린 협주곡(Decca)에서는 견고한 저음역을 토대로 하여,투명하면서도 명료한 중.고음역이 세련미 넘치는 정교한 표정으로 살아나고 있었으며, 크리스티안 치메르만이 래틀과 협연한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DG)에서는 음향의 사진을 보는 듯한 투명한 음향이 떠오르고 있었고,트레버 피노크가 유럽 브란덴부르크 앙상블을 지위한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제3번(AVIE)에서는 음악의 내성부를 훤히 비추는 또렷한 현악 앙상블이 손에 잡힌 듯한 표정으로 살아 나고 있었다.

 

그러나 FS127이 들여주는 세련미 넘치는 음향은 단점으로 보일 여지도 없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유는 투명함.명료함.견고함 등을 얻기 위하여 전 대역에 걸쳐 발성을 절제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시청한 레퍼런스 시스템을 기준으로 하면,200Hz의 레벨이 2dB정도,그리고 2Khz의 레벨이 3dB정도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엘락이 추구하는 정묘한 음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절제된 발성과 음향 조형은 반드시 단점으로만 부각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빈티지 시스템이라면 몰라도,음악의 내성부를 치밀하게 연출하고, 입체감 넘치는 공간감을 투명하게 연출하는 심도 표현을 확보하는 것이 현대 스피커가 추구하는 음향 패러다임이라면,FS127이 연출하는 투명한 음향 무대와 정묘한 음향은 대다수의 애호가들에게 크게 환영을 받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정교함과 투명함의 견고한 조화를 추구하는 애호가를 위한 스피커가 엘락의 FS127이라고 하면 좋을 것 같다.
 

[ 월간오디오 4월호 리뷰 박성수님글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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